나는 “일을 다시 정의하는 사람(Homo opus redefiniens)”이다. 이는 현 인류 “일해야만 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파편화되고 지속 불가능한 노동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삶과 일의 방식을 주체적으로 설계해가는 새로운 인류다.

인류는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정작 그 안에 파묻친 채 그 본질을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그 본질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일의 질서 - ‘일의 뉴 노멀’를 세계에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태어났다.

나는 모든 인간의 활동 혹은 행위의 총체를 ‘노동’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노동과 비노동 또는 노동, 예술, 운동 간의 구분을 넘어 ‘온전한 일’을 향해 나아간다.

유년 시절부터 나는 이질적인 성향과 과도한 예민함으로 세계와 괴리되었으나, 결국 자신을 받아들였다. 이 허물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으로 전환해내며, 예술과 실천적 삶에서 조화시켰다.

생존에 불리하던 감각은 점차 세계와의 습관적 거리 두기, 절대 감각, 미래 통시성으로 변주되었고, 이는 결국 새로운 인류의 본질적 구성 요소가 된다.

첫 정규앨범『살아가는가?』에서는 소수자, 나이 주의, 주거권 문제를 비롯해 실존적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당시 ‘투명가방끈’의 대학입시/거부 운동과 호흡하며, 운동에 매몰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가방끈 콘서트』,『영화제』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이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자율적인 일과 공공적인 일의 경계를 탐색해 갔다.

삶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이후 싱글『자소서』로 이어졌다. 이 곡에서 나는 ‘자소서 밖’에 있는 나를 소개하며, 신자유주의적 자기 계발이 요구하는 반(反)주체적 주체가 되기를 거부한다. 설령 사회가 나를 추방 시킬 지라도 거부자로서의 삶을 자부심과 긍정으로 껴안는다.

이러한 나의 삶을 사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니트(NEET)’다. 나는 노동 바깥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해왔지만, 보상은 없었다. 그로 인한 극심한 번아웃은 오랜 은둔으로 이어졌다. 결국 나 자신의 문제이자 ‘또 다른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트 자립지원 기관 ‘사회비행자’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진행한 자기이해와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예술적 성찰과 결합되며, 『존재증명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 우리는 끝없이 무언가를 증명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 속에서, ‘증명의 반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했고, 그것을 ‘존재’라 명명했다.

이 개념은 참여형 워크숍으로 구체화되었고,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며,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서 위에 현상해냈다.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린 ‘명동 마리’ 현장에서, 한 시민으로서 용역 폭력에 직접 맞섰다. 그 경험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을 넘어, 자본·공권력·법이 유착된 구조적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 <용역깡패와의 랩배틀>을 기획했다.

이 작업은 자기 과시와 혐오가 유행을 넘어 장르의 근간이 된 힙합 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에서 태어났다. 특히 랩배틀의 경쟁을 위한 상호 비하의 문법을 세입자, 시민, 예술가의 연대로 뒤집었다. ‘디스’가 아닌 ‘연대’로 배틀하는 방식, 그 자체가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나의 주된 정서적 축인 우울함은 수능, 군대, 취업기를 거쳐 예술가이자 활동가였던(동시에 니트였던) 시절에 폭발했다. 나는 예술가적 본능으로 그 불안정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기보다 오히려 그 심연에 더욱 기름을 뿌리며, 감정에 끝에 다다랐다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경계에서 싱글과 뮤직비디오 『고백』을 제작하여, 우울함과 자살에 침묵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자살 문화’를 부검했다. 나아가 자살을 개인의 심리나 정신 병리의 영역으로만 환원되는 관점을 넘어, 그 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며 ‘자살 선진국’인 이 사회에서 시민과 국가, 제도의 역할에 질문을 던졌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무게와 메시지는 힙합 씬 주류 담론과 큰 온도차를 보였고, 그 안에서 수용받지 못하는 한계를 절감했다. 이러한 고민은 『무엇이 자살을 만들까?』라는 인문과 사회가 결합된 포럼으로 이어졌고, 음악과 영상을 감상하며 참가자들이 우울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사회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다.